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복자에게』는 읽는 내내 내 마음 깊숙한 곳, 한 사람을 계속 떠오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오래전 나와 어긋나버린 친구일 수도 있고,
미처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속 '복자'는 주인공 이영초롱에게 그런 존재였다.
영초롱, 고고리섬, 그리고 복자
초등학생 영초롱은 부모님의 파산으로 서울을 떠나 제주도, 그 중에서도 한 번 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으로 전학을 가게 된다.
모든 게 낯설고 서러운 그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게 된 아이, 고복자.
복자는 단단했고, 직선적이었고,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복자와의 우정도 영원하지 않았다.
복자의 고모인 이선고모의 비밀을 영초롱이 말해버린 일이 계기가 되어 둘 사이는 어긋나고 만다.
어쩌면 어린 시절 우정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깨지기도 하고, 오래도록 남기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 이름
영초롱은 서울로 돌아가 판사가 되었지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어릴 적 관계가 아무렇지 않게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징계로 제주도로 내려온 영초롱은 다시 복자, 그리고 옛 친구 고오세와 마주하게 된다.
복자는 간호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소송을 걸었고, 그 재판을 영초롱이 맡게 된 것이다.
둘의 관계는 어색하게 가까워지고, 또 다시 멀어진다.
특히 복자가 영초롱에게 "회피하라"고 말하는 장면은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
법과 우정, 정의와 감정 사이에서 영초롱은 다시 복자에게서 상처를 받는다.
결국, 복자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모든 일을 내려놓고 파리로 떠난 영초롱.
그리고 그곳에서 복자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써내려간다.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꼭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
기억에 남는 문장
작가의 말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소설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끊이지 않고 흐르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마무리하며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고통스러운 일이 닥쳤을 때, 우리의 시간은 그곳에서 멈출 것만 같다. 하지만 소설은 말한다. 이영초롱이 어린 나이에 섬으로 낙오되었어도, 가장 친했던 복자와 사이가 틀어졌어도, 다시 복자를 만나고, 복자는 다른 삶의 불합리에 맞닥뜨렸어도 시간은 흐른다고. 그리고 흐른 시간 사이사이에 인간은 매번 새로운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시간은 상처에 머물지 않는다. 소설은 우리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고 생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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