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 마을 진평에서 도담과 해솔은 친구로 만나게 된다.
도담의 아버지 창석은 소방대원으로, 생명의 최전선에서 사람을 구하는 정의롭고 믿음직한 영웅이었다. 어머니는 오랜 병환으로 입원 중이었고, 도담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었다.
해솔 역시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으며, 어느 날 물놀이 도중 물에 빠진 해솔을 도담이 구해주게 되면서 두 아이와 두 가정은 급속히 가까워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어느덧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는 감정을 품게 만든다.
그러던 중, 도담의 친구 희진이 던진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흔들어 놓는다.
“너네 부모님들까지 되게 가족처럼 지내잖아. 어제도 북면에서 같이 차 타고 가시던데.”
그 말이 마음에 걸렸던 도담은 아버지의 휴대폰을 몰래 확인하게 되고, 해솔과 함께 계곡의 한 장소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거센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던 계곡에서 상상하지 못한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도담의 아버지 창석과 해솔의 어머니 미영은
계곡의 용소에서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된다.
미영과 창석의 관계는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정말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책임과 역할로 억눌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일시적인 도피처였을까?
소설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관계가 ‘숨겨야 할 사랑’이었으며,
결국 도담과 해솔 두 사람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두 아이는 그날 밤의 끔찍한 장면을 함께 목격하게 된다.
도담과 해솔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우리 때문에 죽은 거야”라는 죄책감을 각자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그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서로를 다정히 감싸다가도,
상처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면 쉽게 등을 돌리고 마는 관계였다.
함께 있을수록 아픈, 그런 사랑이었다.
해솔은 치열하게 성실한 삶을 살아간다.
과거의 고통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조이고 다잡으며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한다.
도담은 정반대의 방식을 선택한다.
삶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좇으며 살아간다.
때론 방황하고, 때론 냉소에 빠져 살아간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같은 상처를 공유한 유일한 존재로서,
그 상처가 아프게 하더라도 결국 서로에게 돌아오고 만다.
두 사람의 사랑은 평범하거나 이상적인 사랑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생생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급류’라는 이름의 의미
『급류』라는 제목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다.
비극의 현장이 된 계곡의 물살,
두 사람의 인생을 휩쓸어간 운명의 흐름,
그리고 조용히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견뎌야 했던 사랑의 파도까지.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존재였다.
자신을 휩쓸어가고, 모든 것을 잃게 만들며,
발가벗긴 채로 떠오르게 만드는 두려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침묵을 택했고,
자신조차 믿지 못한 채 사랑을 회피하며
외로움과 냉소 속에 살아가게 된다.
『급류』는
가족과 죄책감, 상실과 회복,
그리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선택이 아이들의 삶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
그 상처가 사랑을 어떻게 시험하는지를 조용하지만 뼈아프게 보여준다.
『급류』줄거리를 전혀 모르고 순간적 선택으로 골랐지만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 내 어린날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불완전하고 불편한 복잡함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휩쓸어비릴 수도 있는 이야기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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